아무리 초대박 계약을 눈앞에 둔 슈퍼스타가 두려웠다고 한들,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선수가 메이저리그 홈런 1위와 상대하는 것을 택했다. 이에 대한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0-2 승리를 이끌었다.
저지는 7회초 2-2 동점이던 1사 1루에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때리면서 기회를 이어갔다. 이후 오스틴 웰스의 2타점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4-2로 역전하는 득점에 성공했다.
그리고 8회 6-2로 앞서던 가운데 1사 2루, 후안 소토 타석이 됐다. 소토는 전날 3개의 홈런과 이날 1회 선제 솔로포 포함해 맹렬한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었다. 소토 뒤에는 현재 메이저리그 홈런 1위 애런 저지였다. 화이트삭스는 소토를 더 무서워 했다. 소토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소토를 거르고 저지와 승부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저지는 이러한 화이트삭스의 의도를 무참히 짓밟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판결을 내렸다. 3볼 카운트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저지는 망설이지 않고 4구째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94.2마일 몸쪽으로 꺾여 들어오는 싱커에 스윙했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110.1마일(177.2km)의 총알 같은 타구. 9-2로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이 홈런은 저지의 시즌 43번째 홈런이자 통산 300번째 홈런이었다. 저지에 앞서 이미 161명이 30홈런을 달성했고 저지는 162번째 기록을 달성했다. 거포의 상징이지만 그렇다고 엄청 희소한 기록도 아니다. 하지만 이 기록이 더 특별한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르게 300홈런을 달성했다는 것.
저지는 역대 최소경기 300홈런 달성자가 됐다. 저지는 955번째 경기에서 300번째 홈런을 만들었다. 종전 기록은 랄프 카이너의 1087경기. 132경기나 앞당긴 최단 경기 300홈런 기록이었다. 3.2경기 마다 홈런을 때려낸 셈이다.
그리고 최소 타석 300홈런 기록까지 세웠다.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저지는 3431타석 만에 300홈런을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양키스의 전설인 베이브 루스의 3813타석. 약 400타석 가량을 덜 들어서고 300홈런을 달성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2순위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저지. 저지의 메이저리그 신기원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2016년 8월 14일, 8년 전 이맘때 탬파베이 레이스와 데뷔전을 치렀고 데뷔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사를 시작했다.
2016년 27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친 저지는 이듬해 52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홈런 1위에 오르며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역대급 거포의 시작이었다. 2018~2019년 27홈런씩 기록하며 주춤했고 2020년 코로나19 단축시즌 때 9홈런을 기록했다.
2021년 정상적으로 진행된 시즌 39홈런을 때려냈고 대망의 2022년 62홈런으로 61년 만에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되지 않은 선수가 60홈런을 기록하는 대업을 달성했다. 저지는 ‘청정 홈런왕’으로 등극했다.
‘청정 홈런왕’ 타이틀을 얻은 뒤 양키스와 9년 36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저지. 올해는 양키스의 공식 캡틴으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 다시 한 번 역대급 홈런 페이스를 과시하며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
가장 빠르게 300홈런을 달성한 저지는 이제 역대 최고의 홈런 타자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